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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06-08-17 글쓴이 : 관리자 조회수 : 7904
    83살 할머니와 30세 손녀의 '컴퓨터교실'


 

어느날 할머니가 노트북을 사 들고 왔습니다. 참고로 우리 할머니는 올해 83세이십니다.

"컴퓨터를 잘 아는 친구와 함께 가서" 샀다는 갑작스러운 할머니의 '고백'에 어머니도 깜짝 놀라신 듯 했습니다. 사실 할머니께 오래된 데스크탑 컴퓨터를 드리고, 어머니께서 사용 방법을 가르쳐 드리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그 오래된 컴퓨터로는 의욕이 안 생기시는지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며 거의 연습을 안 해오셨습니다. 그래서 우리 가족들에게는 더욱 갑작스럽게 느껴졌습니다.

할머니는 "새로 산 복근단련기구의 설명서가 레코드(주: 여기서 레코드는 DVD를 말합니다)로 되어 있어. 근데 그게 너무 보고 싶구나", "불어 교실 선생님이 그러는데 불어를 치는데는 이 노트북이 좋다는구나"라며 이런 저런 이유를 대셨습니다. 우리 가족들은 '좀 더 상의를 하지'라며 그저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었습니다.

할머니는 그런 주위의 반응은 아랑곳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보다는 새로 산 노트북을 하루라도 빨리 능숙하게 구사하고 싶은 의욕에 불타고 있었기 때문에 30살 먹은 손녀딸인 제가 '컴퓨터 선생님'으로 긴급 투입되었습니다.

수업 첫날.

할머니는 "예전에는 한 타이프 실력 했는데"라며 자판을 두드려 보셨습니다. 분명 83세 할머니 치고는 의외로 빠른 손놀림이었습니다. 하지만 연습을 계속해 나가다 보니 역시 83세 할머니다운 모습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하더군요. 조작에 익숙해지기 위해 여러 문장을 입력하고 있던 중의 일입니다.

할머니 : 와, 타 … 얘야, 다음엔 '시'라고 치니? 아님 '쉬'?
나: 둘 다 괜찮아요.

할머니: 그래? 그럼 '잣시'(잡지) 할 때 '시'는?
나: 어느 쪽이든 상관 없다니까요….

이런 대화를 전기 배선을 고치로 온 수리공 할아버지가 계속 듣고 있었습니다. 저는 마음 속으로 '그저 배우시는 게 서툴 뿐이라고요. 치매에 걸리신 건 아니라고요! 혼자서 수영 교실도 다니시고, 여학교 시절 배운 불어를 다시 공부하시겠다며 일주일에 한 번 학원도 다니시고 있고…. 하여튼 우리 할머니는 '슈퍼 할머니'라고요!’라며 외치고 있었습니다.

분명 그 다음주에 할머니 댁을 찾았을 때는 이미 "'시'냐 '쉬'냐?"는 등의 질문은 더 이상 없었습니다. 열심히 연습하고 있는 듯 타이핑 속도도 빨라져 있었고 '슈퍼 할머니'의 진면목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네가 전원 끄는 법을 안 가르쳐줘서 책을 보고 혼자 배웠다"며 말을 꺼내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가르쳐 드렸거든요, 노트에도 적혀 있잖아요"라고 반박하자 "정말이네, 이젠 정말 노망인가 보다"라며 금세 시무룩해지십니다.

하지만 스스로 '치매'라고 말하는 것은 치매가 아니라는 증거. 바로 기운을 차린 할머니는 "다음에는 프린트하는 법을 배우고 싶구나", "인터넷은 정말 재밌어" 등등 끊임없는 도전 의욕을 보여주십니다.

물론 배운 것을 완전히 소화하는 데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가르치는 쪽에서도 방법과 기구 등을 바꾸어가며 되도록 알기 쉽게 설명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중이지만, 할머니의 그 에너지는 젊은 저로서도 이길 재간이 없을 정도입니다. DVD 보는 법도 마스터한 할머니는 이미 매일 복근을 단련하고 있습니다.

오는 8월 28일로 다가온 <오마이뉴스 재팬>의 창간 준비로 부쩍 바빠진 저에게 할머니는 미안하셨는지, 친구에게 다른 선생님을 소개받았습니다. 뭔가 해방된 기분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할머니와 손녀의 컴퓨터 교실'이라는 명목으로 할머니를 찾아 뵙기는 했지만, 돌아오는 길에는 할머니가 손수 담그신 겨된장절임 같은 맛있는 반찬을 받아오는 때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또 그렇게 배우고 싶어하던 불어 타이핑을 하시면서 "여학교 시절에는 서양 작가의 책도 '적국의 사상'이라며 읽을 수가 없었지. 그 시절 좀 더 많은 불어책을 읽을 수 있었다면 공부가 많이 되었을 텐데, 앙드레 쥬드 등의 책도 읽을 수 없었단다" 라며 들려주시는 할머니의 옛날이야기도 저에게는 매우 소중한 기억입니다.

기회를 봐서 앞으로도 계속 할머니의 발전 상황을 보기 위해 찾아 뵐 생각입니다. 할머니가 컴퓨터와 인터넷에 능숙해져 언제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등록을 할 수 있게 된다면 정말 최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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